ep.4 사람보다 돈이지~
지난 카카오 사태를 보며 마음 한구석에 죄송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던 옛 생각이 떠올랐다.
보통 전산센터(서버실) 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몇 담당자 외 출입 및 퇴실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번 들어가면 담장자가 열어주기 전까지는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모두 불가능하다.
뭐 담당자들도 자신의 주 업무가 따로 있어 바쁠시에는 문을 열어두거나, 카드키를 주는 경우도 있다.(사실 이러면 안 된다.)
또한 핸드폰, 노트북, 태블릿, USB, 가방 등 전산센터에는 전자제품 및 소지품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존재한다.
바로 이런 사이트(고객사)에서 작은 구축사업의 PL(프로젝트 리더)로 잠여하게 되었고 여러 협력업체 와 함께 구축을 진행하였다.
이때 뭐 업체 차장님 한분이 계셨는데, 몇 번 사업을 같이 진행한 적이 있어 어느 정도 안면을 튼 상태였다.
근대 사실 나는 차장님이 그다지 탐탁지 않은 사람이었다.(뭐 여러 요건들이 맞지 않았지만 언급은 NO)
그러다 사업진행 중 차장님 파트 부분에 문제가 발생하였고, 기술지원 요청을 위해 연락을 하였지만,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아 짜증이 많이 나는 상태였다.
"아... 이 사람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을까?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짜증 나네..."
"왜? 차창님 연락 안돼?"
"네... 지금 이 부분 때문에 진행이 안 되고 있어서 올스톱이에요... 근대 연락도 안 돼요... 이 엔지니어분 별로예요!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요, 부장님이 업체연락하셔서 엔지니어 교체 푸시 좀 해주세요~"
이때다 싶어 엔지니어 교체 건의를 함께 계시던 영업부의 김부장님께 온갖 짜증이 묻어난 말투로 업체에 푸시를 요구하였고, 부장님은 바로 업체영업에게 연락을 하였다.
"아니, 엔지니어 연락이 안 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것 때문에 올스톱 상태인데.. 그 차장님 그렇게 안 봤는데 책임감도 없으시고 너무하시네요! 담당 엔지니어를 바꿔 주십시오 그리고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해 주세요~!"
이미 지연되고 있는 작업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담당자의 눈치를 보며 통화를 엿듣고 있었다.
'아싸! 제발 다른 분!! 그분 말고 다른 분으로 오시면 잘해드릴게~'
"네네..그러니깐 지금 당장!!... 앗... 네.. 아........ 그렇군요..... 네네... 아이고... 알겠습니다.... 우선 백업 엔지니어라도 섭외 부탁드립니다....하...네....그럼 고생하십시오.."
'응? 뭐지? 갑자기 저자세야? 아니 엔지니어 바꿔달라고 이렇게 연락 안 되고 이러면 난 일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이 양반아!!!'
"어떻게 됐어요? 엔지니어 교체하고 지원해준데요?"
"그게 말이다.... 참.... 어제 여기서 작업할 때 있잖아...."
"네~ 어제 설치했고 설치 잘 끝났다고 철수시켜드렸어요~"
"음... 어제... 부인 되시는 분이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돌아가셨다고 하더구나..."
덜컹!! 아....
자장님이 서버실에 들어와 작업 중이던 그때 아내되시는 분이 친구와 점심약속 후 오는 길에 사고가 났다고 했다.
그날은 작업이 계획보다 조금 늦어지는 상태였고 차장님 파트가 끝나고 바로 보내드렸지만 이미 시간은 저녁 8시를 넘기고 있었고, 핸드폰을 반납하고 작업 중이던 차장님에게 수백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고 했다.
지금 장례를 치르고 있는 와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고, 현재 사내도 그 일로 침울해 있는 상태라고 전해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너무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마음 아픈 사람에게 못된 마음을 품고 안 좋은 소리만 계속했을까? 나에 대한 반성으로, 차장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으로 그날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나중에 자장님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래도 이 업계에서 계속 일하시고 있다고 하였다.
나 같으면 절대 이 업계에 발을 들이지 않을 텐데.... 대단한 분이시구나...
얼마 전 한 고객사에 방문하여 였고, 화재 시 전산실 산소차단과 소화설비를 하는 작업을 보게 되었다.
화재 발생 시 전산실에 산소공급을 차단하고 공기를 1초 만에 연소하여 더 화재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이다.
'아 저 안에서 작업하다 화재 발생하면 그 사람을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구나.....'
"이건 솔직히 너무 과한 설비 같아요~ 안에서 일하다 죽을 수도 있는데 일하는 사람은 생각도 안 하나 보네요!?"
"사람보다 돈이지~ 위에서 그런 생각을 할까? 건물에 불나서 다 타면 그 손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겠지? 사람 목숨보다 데이터 쪼가리가 더 중요한 거지 윗사람들은~허허"
사석에서 따로 볼정도로 친해진 담당자의 농담 아닌 농담이었다. 근대 사실이라는 게 참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
그때 사건 이후로 나는 핸드폰 등을 놔 두고 들어가야 하는 사이트들은 대도록 피하려고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대는 일이 아니다 보니 그런 장소에 가게 되면, 상황시 대피 방법을 머릿속에 항상 생각하면 일하는 버릇이 생기게 되었고, 빨리 때려 쳐야지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하지만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
분명 나에게도 생길 수 있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차장님 잘 계시저? 그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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