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나 IT 부서라며?
늦은 나이로 방황을 정리한 나는 주경야독을 통한 전문대를 졸업하였다.
아시는 형님을 통해 마케터 일을 쬐금? 하다. 그만두고 빈둥거리던 나에게 또 다른 형님이 대학을 나왔냐고 물어왔다.
"너 대학 어디 나왔어?"
"넵 OO전문대 졸업 했습니다요~"
"그래? 전공은?""IT쪽 이요~"
"오!? 그래? 그럼 컴퓨터 좀 할 줄 알겠네?"
"제 취미가 컴퓨터 키보드 부수기입니다~"
(게임하다 열받아서 부수기겠지!!)
"그건 무슨 농담이냐? 여하튼 잘됐다. 나 아는 곳 있는데 거기 ERP랑 PDA단말기, 직원 컴퓨터 좀 만지기만 하면 되거든! 마침 사람 구한다고 하고, 너 취직하면 되겠다?"
"우와~ ERP랑 PDA요? 전산부서겠네요 멋지겠다~ 근대 ERP랑 PDA가 뭐예요?? O . O??"
그때 한심한 눈빛으로 보는 그 형님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췌! 모를 수도 있지! ㅡㅡ^)어찌 되었든 내가 나온 테크놀로지스러운 전공을 살려 직업을 정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였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소개해준 회사는 공장이었다(OO정공이라는 좋은 이름 있음!) 나름 안산에서 규모 있고 내실이 튼튼한 정밀가공 회사였고 담당직원이 회사를 차려 나가는 바람에 공백이 생겨 자리가 남았고, 형님을 통해 내가 추천받았던 것이다.
"센스씨(내 블로그 활동명으로 대체!!) 바로 우리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겠어요?"
인사 후 나에게 대뜸 저리 물었다.
아니!? 이렇게 대뜸 인사 이후 첫 질문이 일을 바로 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뭐 급한 게 있나? 전산이 안 돌아가나? 정신이 돌아이신가?머리가 반쯤 벗겨진 50대 이상의 까무잡잡하시고 인상 좋아 보이시는 분으로 경영지원부 김차장님으로 이 공장에서 나름 자리를 잘 잡고 계시는 분이라고 했다.
"넵 맡겨만 주시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혹시 지금 전산 업무에 차질이 생겼나요?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때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전공만 전산이지 컴퓨터는 게임할 때 키고 끄던 그런 게임기였는데?
"아니 그건 아니고 내가 급하게 처리할 게 있어서 그래요~ 바로는 말고 내일부터 나올 수 있겠어요?"
"당ㄱ.. 아니 넵!! 가능합니다. 내일 바로 출근 준비 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박대리가 업무랑 이런 거 잘 좀 설명해 줘요 나는 바빠서 가볼터이니 흠흠.."
김차장님이 박대리 라 칭하신 분은 공장전체에 나름 권력? 자로 군림 중인 쌍ㄴ... 흠흠..턱이 무지 기신 여성분이셨다.
"센스씨? 일단 우리 김차장님과 형님(공장 소개해주신 형님)이 아시는 분이라 센스씨에 대해 전해 들었고요~ 내일부터 일하시는 걸로 알고 설명드릴게요. 경영지원부에서 속하게 되실 거고, 주로 사무직과 영업팀의 컴퓨터 고치고, "구매" 하신다고 보시면 되고요. 저와 같이 구매 관련 일을 하게 될 거예요. 그중에 쇠 깎는 드릴(명칭이 생각이 안 남)을 현장근무 하시는 분들이 계속 사용하시다, 날이 닳게 되면 모아서 가지고 오는데 업체에 맡기고, 그걸 ERP에 등록하시고 하면 되는 일을 하시게 될 거예요 별로 어려운 거 없으니 안심하고 내일 9시까지 오시면 돼요"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더라.... 아무튼 그녀의 설명에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로 얼추 장단을 맞추고 일단 면접을 보고 나왔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도 못 하면서 일단 취직을 하게 되었으니... 파뤼타임!!!!
다음날 늦지 않게 도착하여 김 차장님을 만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뭐 업계가 그렇다느니~ 요즘 경기가 안 좋다느니~조금만 노력하면 연봉은 오른다~ 네네 알겠고요 요따 사인하면 되는 거지요?
어차피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멍청이!) 없었던 나에게 쿨하게 싸인을 휘갈기고 계약서 작성을 마무리하였다.김차장님은 나에게 앞으로 일하게 될 아주 작고 소중한 나의 책상을 소개해주었고, 왠지 20년은 더 되어 보이는 컴퓨터라고 불리는 친구도 소개해주었다.
'이제 여기가 내 자리구나 열심히 월급루팡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자리에 앉으려던 내게 갈 때가 있다면서 자리에 억지로 앉아서 쉬려고 하던 나를 끌고 어딘가로 하는 이 아저씨.... 이때 돔황챠를 외치면 이 공장을 우사인볼트 맨키로 뛰어 나가어야 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응 내가 왜 청소를 하고 있지? 그랬다 나는의 첫 입무는 고철덩어리들이 며칠은 감지 않은 떡진 머리처럼 엉켜 있었고, 그럴 맨! 손!으로 트럭에 옮겨 담아야 하는 일이었다.
나 IT부서라며? 컴퓨터 만진다며? ERP? 이게 몬지 몰라도 그거 보는 거라며?철 지난 베테랑 대사를 읊으며 나의 활기찬 하루의 시작은 고된 하루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녹초가 되어 점심을 먹자고 환하게 웃으시는 김차장님을 나의 주먹과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식당으로 향했다.우~와~우 누가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먹는 밥이 맛있다고 하였는가? 누구 인가?진짜 맛없음을 느끼면서도 배고픔에 꾸역꾸역 밥을 먹고, 일단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아서 점심시간을 눈치라는 거와 함께 보냈었다.
"센스씨 이게 드릴이에요 바탕화면에 ERP 아이콘 보이져 그거 눌러서 업체 보내기 전 출고로 입력하면 되고, 들어온 건 입고로 입력하면 돼요~"
"저.... 대리님 제가 ERP를 써 본 적이 없어서요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ㅡㅡ"진짜 저 표정으로 나를 봤다. 세종대왕님 글로 사람 눈을 표현할 수 있다니요? 진심 존경하고 사랑합니다요~
여하튼 세상 다시없을 까칠함을 무장한 박대리님은 일단 하나하나 알려주었고, 그러는 과정에서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센스야 이제 혼자 할 수 있지? 별거 없다 이것만 하면 돼! 이것도 못하면 진짜 사람이 아니다~"
이걸 못하면 세상 ㅂㅅ 취급을 하겠구나 생각하는 표정과 말투로 설명을 해주셨지만....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한번 나를 ㅂㅅ으로 만들 준비를 하는 듯했다. 박대리님은 한번 설명으로 알아듣길 바라신 듯하였지만 나는 자꾸만 박대리님을 귀찮게 하는 스킬을 시전 하였다.
결과는 뭐 두 번 잠깐 본사람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도 있구나.라고 생각을 가지게 해 준 첫 번째 사람으로 내 기억에 ㅆ.. 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고 둘째 날이 지나도 지속적이 언어폭력? 은 계속되었고 나중에 내가 ERP 사용과 업무에 익숙해질 때쯤 끝이 났다.
나는 보름이 다되어서야 창고인지 전산실인지 모를 돼지우리에서 구석진 곳에서 아직 버티고 숨 쉬고 있는 작은 ERP서버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존재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 작은 아이의 내부를 확인하고 접속한 게 몇 년은 되어 방치되었다고 한다.(이때 신규 ERP 도입 준비 중이었다)
어느 정도의 언어구타에 적응되고 업무에 적응될때즘 점점 내가 할 일이 없어졌다. 없어졌다기 보단 오전이면 맡은 업무가 다 끝내게 되었고, (잘난 빠른 일처리!!) 나머지 시간은 공장을 돌면 사람들과 인사하기가 내 하루 일과가 되었다.
하지만 멍하니 할 일 없이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나는 그 시간을 견딜 수 없을 때가 되었을 때 뒤도 안 돌아보고 퇴사를 결정하였다.
그렇게 첫 IT? 관련 업무는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끝이 났다. 과연 이게 경력이라 할 수 있을까나?나의 부족함을 알게 되었고, 배움에 대한 열정만이 마음 한편에 남아 있게 되었다.
작은 아이야. 그때 잘해주 못해 미안해. 지금이라면 널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해 주었을 텐데. 그때는 내가 널 만지는 게 너무 무서웠어. 아는 게 없었거든. 널 더 힘들게 할까 봐 그게 무서웠단다. 거기서 잘 지내지?
형님의 잔소리는 덤으로 얻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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