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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IT버블로 인해 선택 되었습니다. | ep.3 그러니까? 개발자라고?

by BisualSense83 2023. 2. 26.

ep.3 그러니까? 개발자라고?

 

대개 그렇듯 IT 하면 개발자를 먼저 떠올린다. 뭐 나도 그랬으니 뭐 말 다했다.

어느 날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그 녀석은 취직 후 순환근무를 주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져 잘 안 보게 된 친구였다.

 

"야~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잘 지내고 있으니 니 전화받고 있지~ 아니면 못 받았겠지?"

 

이런저런 안부를 서로 묻고 나서야 녀석은 볼론을 이야기하였다.

 

'자 본 게임을 시작하지~' 

 

"내가 요번에 프로모션 하나 담당하게 됐었는데 이벤트 성으로 돌림판이나 사다리 게임을 만들려고 어서 적용하려 하거든!? 뭐 화려할 필요도 없고 고객이 영수증에 나오는 QR코드로 찍어서 참여하면 소정의 상품을 주는 그런 거야~"

 

'돌림판에 매달아서 돌린 후 사라디로 찍어버리고 싶은 소리를 아주 정성스럽게 하는구나~ 이자식아!!!'

 

피드백용으로 다가 하나 개발해서 괜찮으면 프로모션에 활용할 수 있게 보고서 제출을 위한 앱을 하나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였다.

 

"이누무 자슥아~ 형 뭐 하는지도 모르냐?"

"넌? 넌 내가 무슨 일 하는지 알냐?"

"킹 받게 하네 당연히 알지!! 너! 너! 그일 하잖아! 어! 그! 그 모시기냐!? 회사 다니잖아!!!"

"지도 모르면서~ 너 IT 쪽에 있다며!? 이거 안 되냐?"

 

하... 나는 한숨이 땅이 꺼지고 지구 내핵까지 다을만큼 쉬며 예전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번은 같이 운동하는 형님이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어왔다.

 

"더럽고 더러운 SI! 즉 IT 업계에 있습니다요~"

"그건 뭐냐? 뭐 하는 거냐고!?"

"아 저는 엔지니어라고 생각하면 되고, 네이버 같이 그런 사이트 구축해 주는 일 하고 있어요~"(자랑스럽져? 찡긋~)

"아~ 개발자~ 그럼 개발자라고 이야기를 해야지"

"아니 아니 개발자가 아니라 엔지니어라구요 구축구축!!"

"그게 몬데 개발자랑 다른 거야?"

"온라인 게임 아시져? 온라인게임 서버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렇쿠만~"

 

그렇게 덜 떨음 한 표정으로 고개만 까닥였다. '이해 못 했지? 이 양반아?'

 

그러자 멀리서 우리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다른 형님이 하는 말은 그냥 날 운동장으로 뛰어 나가게 했다.

 

"그러니깐? 개발자라고?

 

이러듯 나에 대해 직업을 물어와서 자세히 설명해 줘도 나의 일이 무엇을 하는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뭐 내가 설명을 개똥같이 하는 것도 이유가 된다.

 

요새 책을 읽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을 몇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하는 걸 봐버려서 내 머릿속에는 '누가 또 뭐 하냐고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해야지~' "당신이 인터넷으로 받는 모든 서비스를 하기 위한 공간을 구축하는 일!"

 

이것도 부족하지만 내가 일하는 분야를 설명할 수 있는 몇 문장이다.

 

다시 돌아와서 전화 온 친구에게 문제점들을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일단 내가 개발을 할 순은 있는 규모이다. 하지만 난 개발자가 아니라는 걸 상기하시고~

 

'이벤트를 한 번만 참여하게 하기 위해 구분되는 기준이 없다.', '이벤트를 참여하여 받은 상품에 대한 교환이 한 번이라는 기준도 없다.', '서버가 있어야 한다.', 'DB가 있어야 한다.', '유지보수 관리페이지가 있어야 한다',  '테스트용으로 적절하지 않다.(비용이 든다)', '내부에서 최대한 상의하고 진행해야 한다' 등

 

친구는 화면에 돌림판이 나오고 상품을 타 갈 수 있는 아주 간다한 이야기만 하였지만 산제 한 문제가 산더미였다.

 

"보고서를 올리려고 근거자료 만들려고 하는 건 좋은데.. 그게 네가 말한 데로 쉽게 되는 게 아니야!"

 

고객이 한 번만 구매 후 여러 번 이벤트 참여 하면 어떤 식으로 걸러 낼 건데? 고객이 여러 군데 가서 상품 타가면 어떻게 할 건데? 그런 거 방지하기 위해서 이벤트 참여를 했다는 구분, 상품을 타갔다는 구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어야 보고서 작성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단순 앱을 설치해 로컬에서 직접 진행하는 방식은 여러 리스크가 따른다.

 

이렇듯 해당내용을 듣고 '위와 같은 컨설팅을 해준 후 직접 구축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게 내 직업이다.

 

"그러니깐 난 개발자가 아니라구!!!!!"

 

 

 

- 에필로그 -

"과장님 우리가 뭐 하는 직업이에요?"

"엉!? 너 몰랐어? 한마디로 정의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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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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