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

직업은 IT버블로 인해 선택 되었습니다. | ep.5 그거 알아서 뭐하게요?

by BisualSense83 2023. 3. 7.

첫 번째 직장을 나오고 두 번째 선택한 직장은 스타트업 회사였다. 전 직장에서 자주 뵈었던 파트너사 이사님이 독립해 나와 설립한 회사로 국산 네트워크와 보안 솔루션 장비를 취급하는 총판과 파트너 계약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너 OOO회사 양이사님 알지?"

"네! OOO 사업할 때 영업담당이셨던 그분이요!"

"그래 양이사님이 요번에 나와서 회사 차리시나 봐~ 작게 시작하시려고 하는 듯하고 엔지니어 구한데."

"아 그렇군요?"

'근대 뭐 나보고 어쩌라고? 화분이라도 보내라고? 아님 가서 축하한고 축하곡 한곡 때려?'

"근대 그분이 너 잘 보셨나 봐 열심히 한다고 데리고 가고 싶다고 연락이 왔거든 가볼래?"

'엥!? 이게 무슨 귀신이 돌려차기 하다 넘어져서 무릎에 피나는 소리인지? 갑자기 내가 왜?"

"제요? 아니 얼마나 저를 봤다고? 저를 대려다 쓰시려고 한데요?"

"글쎄다 어쨌든 네 생각은 어때?"

"생각이고 뭐고 아직 배워야 하고 갈 생각도 없는데요?"

 

나는 이 대화를 끝으로 스카우트 관련 해프닝을 잊고 일을 계속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발생하였다. 내 바로 위 사수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을 간다는 것이었다. 사수는 성격이 괄괄하여 항상 영업팀 사람들과 마찰이 있었고, 이번에도 상무님과 대판 싸우고 나서 이런 결과가 생겨난 것이다. 나는 매번 있는 일이라 지나가는 돌멩이 보듯 신경을 아예 쓰고 있지 않았다가 돌멩이가 태풍에 날아와 내 뒤통수를 갈겨버린 것이다.

 

"과장님!! 아니 형!! 이렇게 가면 저는 어쩌라고요?"

"너에겐 미안하게 됐다.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이 이간들 나 없이도 잘되는 한번 보고 싶었다! 그리고 계속 스트레스도 받아서 예정부터 계속 오라고 한 곳 있어서 그쪽으로 옮기기로 했다. 정말 미안하다."

 

진짜 이 회사 나중에 사수에게 연락하여 다시 와달라고 사정사정 하였다. 고객사가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했기 대문이다. 지금까지 사수가 그렇게 관리 잘하고 유지하던 곳들이 난리가 나것 이다. 나에게도 연락이 와서 설득해 달라고...참..말다했다

이 회사에서 내 사수 말고 정신머리 똑바로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마디로 대부분이 일을 떠넘기거나, 자기 일도 제대로 처리 못하는 머저리들 집합소 같은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나는 사수 한 사람을 보고 견디고 있었다. 배울게 참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의 발전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사수는 떠났고, 나는 어느새 양이사님 아니 양사장님 회사 한자리에 앉아 있게 되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센스 대리~"

"내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양사장님"

 

그렇게 의기투합하여 회식도 하고, 열심히 회사 영업을 쫓아다니며 어떻게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노력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듯 모두가 성공만이 있는 세상을 살고 있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 이 회사를 다니면서였다.

 

어쨌든 회사의 주력 사업은 보안솔루션이었다. 재수 없고, 재수 없는 국내 제조사로 어떤 곳인지 언급은 안 하겠다. 아무튼 엔지니어로서 제조사 파트너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다. 뭐 아는 게 있어야 설치를 하고 운영자 교육을 하지 않겠는가? 파트너사에게 당당히 솔루션을 사야 파트너가 된다고 하는 곳이다. 교육비는 역시 있어야 제맛이다. 다단계 같은 자식들! 내가 지금까지 배우고 경험했던 것과 너무 다른 방식의 교육이었다. 최소한 엔지니어라 함은 개발 단계까지는 모르지만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구동되는지 원리는 이해를 해야 고객을 만나고 설치를 하고 설명을 할 수 있는데, 이건 그냥 사용자 교육에서 끝이 난다.

 

"여기 파트너 엔지니어 교육이 원래 이래요?"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 해왔어요? 왜요 문제 있어요?"

"아니요 없어요."

'있어!! 그것도 아주 많이!! 당신한테 윈도우 사용법만 안려 주고 문제 생기게 만든 걸 가져와서 조치하라고 하면 할 수 있어?'

 

그렇게 보름이라는 시간의 교육이 끝나고 나는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믿을 계속 가지고 현장에 투입되었다. 내 사수도 그 누구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파트너로 등록하고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고 했다. 제품이 사무실에 도착하게 되었고 아무리 이리 만져보고 저리 만져보며 테스트를 하려고 해도 웹화면에서의 관리자의 권한만 알려주어 사용자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지식만 가질 수밖에 없었다. 솔루션을 구성하고 있는 OS(데미안 리눅스) root에 대한 패스워드를 절대 알려 주지 않았다. 그놈들은. 뭐 패스워들 풀 수 있는 방법은 많았지만 정책에 위배되는 행위로 파트너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음에 참고 견뎌야 했다.

 

그렇게 현장에서 당연히 문제가 발생하였다. 어째서인지 Agent 동기화 작업이 되지 않았고, 나는 그것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OS 터미널이라도 들어가서 통신이 되고 있는지? 연동이 되고 있는지? 등의 여부를 확인 할길 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도저히 더 이상 진해이 되지 않아. 그놈들에게 지원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놈들이 와 자기들도 관리자 웹페이지에서만으로는 도저히 답이 없다는 걸 알았고 결국 OS에 들어가 미들웨어등의 설정을 몇 가지 수정 함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하 이세끼들 패스워드만이라도 알려주고 동작하는 구성이만 이라도 알려줬으면 내가 이미 해결하고 끝내고 집에 가서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TV보다 잠들었겠다!'

 

해결 방법을 보고 있던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진짜 너무 단순한 문제로 OS패스워드만 알고 있으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제조사 엔지니어들과 대화를 하게 되었고 그 엔지니어 놈들끼리 하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 너무 바빠서 죽을 것 같아요. 이런 건 파트너사 엔지니어들이 해결해 주시면 참 좋은데"

"그렇게요 우리 파트너사 엔지니어들은 다들 그렇게 실력이 안 늘어서 우리까지 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우리 회사 엔지니어들만 계속 뽑잖아요~ 너무 바빠서 감당이 안 되니깐~"

 

개소리를 참 참신하게도 지껄이고 계신다고 생각하였다. 자신들의 문제점을 전혀 이해 못 하고 다른 곳에서 문제를 찾고 있으시다니?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도 알겠는 문제를 가지고 남 탓을 하고 있었다. 듣고 있던 나는 (나 들으라고 한소리이다) 한소리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럼 내부에 우리가 접속할 수 있게 해 주고, 구조에 대해서 알려주면 알아서 테스트하고 공부하고 할 텐데 이건 뭐 엔지니어 대려다 넣고 운영자 고육만 하고, 구성이랑 구조 이런 거 하나도 안 알려주면 우리 보고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네!? 그리고 아까 당신들도 OS 접속하기 전까지 해결 못했잖아? 근대 보안 때문에 접속 자체를 못하게 해 넣고 선 뭐? 어이가 없네요? 저는 OS접속이랑 구조 설명, 그러고 솔루션 설치 및 설치파일 주면 당신들 다신 안 부르겠다. 위에 꼭 건의해주세요!!"

"아...네... 흥분하시지 마시고.. 알겠습니다. 일단 위에 건의해볼게요~"

 

그렇게 그날 나는 지금까지 그 회사에서 파트너를 무시는듯한 행동과 발언들에 대한 분노를 쏟아 냈고, 건의를 하였다. 그렇게 해결될 거라는 나의 생각은 역시 착각이었다. 그쪽에 아주 높으신 분이 양사자님께 연락을 하여 한소리 하였다고 한다. 감히 파트너사 엔지니어 따위가 제조사 엔지니어에게 뭐라 했다고, 그리고 니들이 그런 걸 알아서 뭐 할 거냐? 우리 기술 훔쳐 갈려고 하느냐는 막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나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고 당장 담당 영업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니 차장님 이거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무슨 하청업체도 아니고 정당히 돈 내고 파트너 얻어오 업체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훔쳐가긴 뭘 훔처 갑니까? 맨날 지들은 바빠 뒤지겠다고 우리는 개무시하고, 교육이나 이딴 건 운영자 교육만 하면서 그럼 우리 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우리도 사정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틀린 말 한 거 아니잖아요? 내부 까서 뭐 하시려고? 네? 대리님? 그거 알아서 뭐 하게요? 내부자료 훔쳐갈려 고요?"

 

위 대화 말고도 더 많은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지만 나는 이 회사 사람들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사장님께 파트너 깨자고 말씀드렸다. 사실 매출에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도 아니었고 다른 제품들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판단이 들었기에 사장님을 열심히 설득하였다. 사장님도 그쪽 행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으셨는지 뭐 파트너 계약 철회는 하시지 않으셨지만 그 솔루션으로 영업은 더이상 안하셔고 그놈의 솔루션 장비를 뜯어보는 것을 허락해주셨다.

 

사실 솔루션 자체가 그냥 보아도 그렇게 날리부르스까지 춰가며 지켜낼 정도의 기술이 집약된 것이 아니었다. OS패스워드를 강제로 변경하고 내부를 뜯어보니 역시 나였다. OS위에 미들웨어, (WEB, WAS) 및 DB가 자리하고(그것도 오픈소스)  WAS 홈디렉터리 내 개발 소스가 올라가 있는 아주 평범한 구성으로 이뤄 저 있었다. 내가 개발자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개발 소스 또한 그냥 내가 까서 확인이 가능하게 자리고 있었다. 아마 이래서 그렇게 패스워드를 안 알려 주려 했나 보다, 어쨌든 나는 개발소스까지는 보지 않았다.(솔직히 소송 걸리까 봐 두려웠다) 그 그지 같은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아마 거기서 일하는 마지막까지 바쁠 수밖에 없을 것이다.(설치/업데이트/수정 이 모든 것을 장비를 들고 그 회사에 찾아가야지 가능했다) 계속이 일을 하면 그 회사 욕을 하며 다닌다. 쓰지 말라고.

 

댓글